여행과 삶 > 발길 따라 걷는 겨울 부산 여행

발길 따라 걷는

겨울 부산 여행

사방이 육지로 막혀 유난히 혹독한 서울의 겨울을 떠나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부산의 겨울과 마주했다. 의외로 포근한 기운이 감도는 것은 비단 남쪽 지방인 탓만은 아니리라. 동시대,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질박한 삶이 존재하는 부산이지만, 그 풍경과 느낌은 달리 다가온다. 10여 년 전 사람들은 영화 ‘친구’를 통해 부산을 새롭게 인식했다. 세월의 흐름을 뒤쫓아 부산 역시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 꽤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때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삶의 용광로, 자갈치 시장

삶에 지친 이들이라면 시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시장은 그 자체로 인간 삶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스며있는 공간인 탓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부산 자갈치 시장의 풍경은 그 어느 때 보다 활기가 넘쳐 보였다. 광활한 바다에서 얻은 보물이 끊임없이 하역되고 나눠 담겨지며 파는 이들의 손에서 사는 이들의 손으로 이동하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시장 곳곳에 어물전은 싫지 않은 비린 내음을 풍겨오고, 그날 갖 잡은 생선의 퍼덕거림이 꽤나 눈길을 잡아끈다.

그런 자갈치 시장도 이제는 꽤 현대화가 되어 길이 넓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자갈치 시장에서 영도다리로 향하는 골목 저 멀리로 한 대형 백화점의 증축 공사가 벌어지는 풍경은 현대화의 그늘이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시장에서 영도다리로 향하는 길옆에 늘어선 약재상에는 말린 개구리를 비롯해 재미있는 한약재들이 진열 돼 있어 은은한 한약향과 함께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제시장의 풍경

이왕 온 김에 ‘없는 것 빼고 다 구할 수 있다’는 국제시장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주로 공구를 비롯해 의류와 공산품이 거래되는 국제시장은 충무김밥과 당면, 국수 등 유명한 먹거리들이 적지 않다. 작정하고 돌아보려 치면 하루도 모자랄 정도인 자갈치 시장과 남포동, 국제시장 등을 돌아보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범일동 국제호텔과 철길

범일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철길 위 육교가 눈에 들어오자 반가움이 앞섰다. 천천히 육교 위를 올라 뒤를 돌아보니 영화 ‘친구’ 뿐 아니라 수많은 한국영화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던 범일동 달동네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동안 가만히 서서 그 풍경을 바라봤다.

육교의 끝은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옛 골목으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국제호텔에 닿을 수 있다. 비오는 스산한 날씨에 고민하던 동수는 결심한 듯 서두르며 공항을 향하지만, 호텔 나이트클럽을 나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었다. 동수가 죽음을 당한 국제호텔 앞의 마지막 장면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한 눈앞의 거리 풍경과 겹쳐진다.

따끈한 ‘들깨 콩나물해장국’의 향기

국제호텔 맟은 편 동수가 죽음을 맞이한 전봇대 바로 옆에 ‘콩나물엔’이라는 콩나물 요리 전문점이 위치해 있다. 찬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걷다가 허기진 속을 달래기 위해 무심코 들어간 곳이지만, 의외의 맛에 놀라게 된다. 특히 들깨 콩나물해장국이 별미인데, 들깨를 듬뿍 넣은 콩나물해장국의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와는 달리 깊은 맛을 발견할 수 있는 의외의 맛집이라 할 수 있다.

제공 : 웹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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