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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에 은행결제망 활짝 연다

“스스로 개방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의 승부수’를 던졌다. 25일 오전 금융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다.

금융위 ‘결제 인프라 혁신방안’
개별 은행과 업무제휴 안 해도
표준화 방식으로 이체기능 이용
페이 충전도 500만원까지 확대

이날 최 위원장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에도 은행들이 쓰는 금융 결제망을 활짝 열어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획기적이고 과감한 개방’을 강조하면서다. 고객의 돈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보내거나, 고객 계좌의 잔액이 얼마인지 조회하는 업무를 핀테크 업체에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은행처럼 인가받은 금융회사가 아니라도 고객의 돈을 맡아서 관리할 수 있다. 기술의 혁신과 함께 금융업에서 업무영역의 경계가 파괴되는 셈이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금융위원회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중 ‘금융결제 시스템의 혁신적 개방’은 첫 번째 과제로 들어갔다. 금융위는 1단계로 공동 결제시스템(오픈뱅킹)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별 은행과 일일이 업무제휴를 하지 않아도 표준화된 방식(API)으로 은행의 자금이체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오픈뱅킹에는 모든 은행과 핀테크 결제사업자 등이 참여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선 핀테크 사업자나 은행이 제공하는 ‘앱(애플리케이션)’ 하나면 모든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본인 계좌의 잔액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가 은행을 찾아다니며 개별 협상을 하는데 3~4년이 걸렸다”며 “앞으로는 플랫폼을 하나 갖고 있으면 모든 계좌를 대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은 “영국·호주 등을 포함해 오픈뱅킹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은행의 고유영역이었던 결제망을 개방하는 한국판 오픈뱅킹은 지급결제 시장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제망의 이용료는 현재 건당 400~500원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규모가 작은 신생기업(스타트업)에는 더 낮은 이용료를 적용한다. 금융위는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다음 달까지 세부 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안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 핀테크 업체가 은행과 등등한 자격으로 금융 결제망에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다만 결제망의 안정성을 고려해 참여 자격에 제한을 둔다. 핀테크 업체의 건전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고 전산 처리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 경우다.

금융위는 전자금융거래법을 고쳐 핀테크 업체에 ‘종합 지급 결제업’도 허용할 계획이다. 은행과 제휴하지 않아도 핀테크 업체가 독자적으로 계좌를 발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맡긴 돈을 핀테크 업체가 자체 보관하거나 이체할 수도 있다. 예컨대 아파트 관리비나 신용카드 대금 등을 현재는 은행 계좌로만 결제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핀테크 업체의 앱으로도 낼 수 있게 된다. 지급결제 기능만 보면 핀테크 업체와 은행이 거의 비슷해지는 셈이다. 핀테크 업체가 금융상품을 중개하거나 판매하는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허용된다.

‘00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 플랫폼에 월 50만원 안팎의 후불결제와 교통카드 기능을 넣는 방안도 추진된다. 고객의 충전 잔액이 부족해도 외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후불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잔액을 충전하거나 은행 계좌와 연동하는 방식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금융위는 현재 200만원인 충전 한도는 300만~50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항공권, 여행상품 등도 간편결제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해외 여행이나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할 때 간편결제로 외화를 결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근로자 연말정산 때 간편결제에 대해 신용카드보다 더 큰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는 “기존 금융회사가 독점적으로 누리던 자금결제 서비스가 개방되면 새로운 핀테크 기업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며 “다양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나오면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 주정완·염지현 기자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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