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IT > 캄보디아에 한국 ‘금융거래 고속도로’ 깔린다

캄보디아에 한국

‘금융거래 고속도로’ 깔린다

지난달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중심가의 증권거래소에서 만난 시장운영 매니저 소파니타 킴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구동시켰다. 화면 왼쪽에는 종목명과 현재 가격, 거래량 등이 표시됐고 오른쪽에는 매수,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는 버튼이 나타났다. 한국 증권사들의 MTS와 유사하다는 기자의 말에 그녀는 웃으며 “당연하다. 한국거래소가 한국의 거래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 캄보디아 상황에 맞게 개발한 것”이라며 “이제 캄보디아인들도 언제 어디서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기관과 금융사들은 금융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아세안 국가에 금융 관련 인프라를 보급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이 수십 년 걸려 완성한 금융 시스템과 관리 노하우를 아세안 국가들에 전수해준 결과 이들의 금융 환경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었다.

한국 기술로 까는 ‘금융거래 고속도로’

캄보디아에서는 A은행 계좌에서 B은행으로 송금한 돈을 찾으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한국과 달리 ‘은행 간 공동망’이 없어 실시간 계좌이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 개혁에 적극적이었던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에 손을 내밀었고 양국은 2014년 은행 공동망 등이 포함된 국가 지급결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금융결제원은 중소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2017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서 8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 후 사업은 약 2년 동안 진행돼 왔다.

올해 5월 사업이 마무리되면 캄보디아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달라도 실시간 송금이 가능해진다. 금융결제원은 동시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뱅킹과 은행 전산망을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있다. 또 QR코드 결제를 통해 물품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구축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캄보디아에선 모바일 뱅킹은 물론 인터넷 전자상거래와 실시간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금융 환경이 한 단계 진화하게 된다. 금융결제원은 “국가 지급결제시스템은 국가의 핵심 인프라로 선진국은 이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투자와 보수를 해왔다”며 “한국의 도움으로 캄보디아는 이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시스템’ 보급에 금융사 핀테크 업체 기대↑

국가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현지의 기대는 크다. 캄보디아 자산 규모 1, 2위인 아셀레다 은행, 카나디아 은행 등 현지 16개 주요 금융사들이 참여를 신청했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현지 정부는 더 많은 금융사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실시간 금융거래와 관련한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한국형 금융 시스템’의 도입을 계기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금융 서비스를 별도의 현지화 작업 없이 캄보디아로 바로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JB금융그룹이 인수한 캄보디아 PPC 뱅크는 실시간 계좌이체 시작에 맞춰 새로운 은행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캄보디아, 신한은행 캄보디아 등은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펌뱅킹(기업 인터넷뱅킹),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들여올 수 있다고 보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진영 PPC 뱅크 이사는 “예전에 한국에서도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시중은행들이 은행 공동망 도입을 계기로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전례가 있다”며 “동남아 현지에서 중하위권 점유율에 그치는 한국계 은행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금융 관련 중소기업들과 핀테크 업체들도 캄보디아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 지급결제시스템에 최적화된 프로그램과 각종 서비스를 이미 한국에서 가동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그대로 가져오면 현지에서도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 IT서비스업체 모빌씨앤씨의 송길모 캄보디아 법인 대표는 “은행 공동망이 생기고 나니 한국이 개발해준 지급결제시스템과 현지 금융사를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유지 보수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며 “아직 캄보디아 IT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바일 주식거래 시스템도 도입해줘

한국거래소는 2011년 지분 45%를 투자해 캄보디아증권거래소를 세운 데 이어 최근에는 현지 증권사 10곳과 외국계 증권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발했다. 캄보디아 주식시장은 현재 6개 종목만 상장돼 있고 시가총액도 5억2500만 달러(약 6000억 원)에 불과하다. 또 거래량도 하루 평균 2만7000달러(약 3080만 원)에 그치다보니 이를 중개하는 현지 증권사들도 매우 영세하다. 한국거래소는 이들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MTS 개발을 하지 못하자 한국산 프로그램을 보급하기로 했다. 화교 출신 현지인인 홍속호 캄보디아증권거래소 이사장은 “한국거래소의 도움으로 현지 투자자들이 이전보다 편하게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상장사 유치에도 적극 나서주고 있어 캄보디아 증시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라오스가 증권거래소를 설립할 때도 지분을 투자했고 베트남에서도 증시와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종원 캄보디아증권거래소 부이사장은 “금융 인프라 구축만 해주는 게 아니라 해커들의 디도스(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에 대한 대응책까지 모두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험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아세안 국가들의 금융시장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글 이건혁 기자
제공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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